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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시사 팟캐스트를 병행 중입니다. <디로긴의 키워드>라는 이름을 화, 목마다 검색해주세요! 눈이 피로하시거나 글 읽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팟캐스트를 애용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고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고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오늘 다룰 이야기는 향수입니다. perfume이 아니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대한 것이죠. 사실 어떤 것에 대해 적절히 감정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향수는 "병"과 잘 합성되어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하긴 우리도 학창시절에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라는 시를 배웠기 때문인지 향수하면 떠오르는 게 "노스텔지아의 손수건"이잖아요? 





노스텔지아는 귀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을 의미하는 alogos이 합쳐져 nostalgia라는 말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지어낸 사람은 요하네스 호퍼로 전쟁통에서 겪는 병사들의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창기 연구에 향수라는 말에는 늘 "병"이 따라붙었고 안 좋은 영향력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의사들은 그렇게 연구한 결과 향수병이 너무 심해지면 당사자의 무드를 급격히 다운시키고 정력 또한 약화시킨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너무 심해지면 심박이 불규칙해지고 열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는 현상도 가끔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복잡한 사람의 감정이 증폭되면 물리적인 무언가를 자극하여 신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건 파악할 수 있었으나 향수 때문에 생긴 병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현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여기까지 자료를 찾으며 좀 충격적이었는데 제가 느낀 바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국내 생활도 국외 생활도 오래했었는데 향수를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가봅니다. 오히려 예전에 있던 국외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편이네요. 




현실은 빌라현실은 빌라





어쨌든 과학자들은 향수를 많이 느끼는 사람은 사회성이 발달해있고 공감능력도 뛰어나며 인생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미 파악한 상태입니다. 2011년 Emotion이라는 학술지에서는 와일드셧 연구팀이 "기온이 낮을수록 향수를 더 자주 느끼며, 추위를 느껴도 향수를 느끼게 되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입증해냈습니다. 




요즘은 향수를 위험한 질병으로 여기는 게 트렌드는 아닙니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생각의 힘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향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오래된 기억을 살리고 가족과의 유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위급한 순간에 순간적으로 신체적인 능력을 극대화하는 명상에도 효능을 보일 수 있죠. 




보통 고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보통 고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그동안 쓸모없었던 게 부각되기도 하고 악재로 치부되었던 날들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병으로 취급되었던 것도 잘 살펴보면 치료의 단서가 될 수 있고요. 앞으로는 "향수병"이 아니라 "향수치료"로 더 많이 불리게 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참 덧붙여서 제 생각을 한 마디 쓰고 싶은데요. 이걸 찾다가 드는 의문인데, 요즘처럼 통신망도 교통편도 발달한 시대에서 향수를 앓는 사람이 많을까요? 생각해보면 예전에 배운 가곡이나 동요, 가요 등에서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거 같은데 요즘 노래 중에서는 그런 걸 찾아보기가 힘든 거 같아서요. 향수가 병으로 취급되지 않고 효능에 집중된 연구가 나오고 있는 건 어쩌면 진짜 심각하게 향수를 앓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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